◆FX거래란
= 개인이 금융업체에 일정한 증거금을 맡기고 이 금액의 수배에서 최고 100배까지 외환을 사고팔 수 있다. 환차익과는 별도로 고금리 통화인 뉴질랜드 달러나 미국 달러를 사면 현행 일본 금리와 외국 금리 간 금리차액도 챙길 수 있다. 외화예금에 비해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고 인터넷으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도쿄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독신 여성 다나카 게이코 씨(34).
다나카 씨는 지난해 여름 보너스로 60만엔을 받아 외환증거금거래(FX거래)를 시작했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고수익 외환거래를 한번 해 보라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과거에는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리 0.5%인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둔 그다. 1년이 조금 안 된 사이에 그는 20% 이상 수익을 올렸다.
일본에서 FX거래 열풍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물론 주부, 정년퇴직을 앞둔 단카이 세대, 대학생들까지 가세하면서 FX거래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FX 거래를 시간대별로 분석해본 결과 직장인이 출근한 이후와 저녁 8시 이후 거래가 눈에 띄게 많았다.
남편을 출근시킨 주부나 귀가한 직장인들이 FX거래를 그만큼 많이 한다는 증거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일본 주부들이 학교 동창 모임 날짜를 잡을 때는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날을 피해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라고 붐을 소개했다.
일본 개인들의 FX거래는 증거금 잔액으로 약 8315억엔에 이른다. FX거래는 금융회사에 맡긴 증거금의 수배에서 최고 수백 배까지 외화를 살 수 있는 만큼 평균적인 10배만 계산해도 거래 규모는 8조엔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도쿄금융선물거래에 상장된 7종류 통화에 대한 장내 거래이며 장외거래까지 감안하면 거래 규모는 더욱 커진다.
현재 도쿄금융선물거래소에 상장된 FX거래상품은 모두 7종류. 미국 달러를 비롯해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영국 파운드, 유로,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6월 사이에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거래는 59만7000계약에서 80만계약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뉴질랜드와 호주 달러는 9만3000계약에서 86만2000계약, 8만8000계약에서 86만계약으로 각각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FX거래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크게 4가지 요인이 꼽힌다.
우선 일본의 초저금리다. 일본은 콜금리가 0.5%며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높은 곳이라도 0.9% 수준이다.
뉴질랜드 달러 콜금리는 8.0%에 이르며 호주 달러(6.25%)와 미국 달러(5.25%)도 금리가 높다.
그런 만큼 FX거래를 통해 엔화를 팔고 고금리 외국 통화를 사면 두 나라 간 금리차액을 챙기게 된다.
예컨대 달러당 120엔일 때 증거금 120만엔을 내고 10배 레버리지(신용거래)를 활용한다면 10만달러 포지션을 갖게 된다.
그 후 엔화 약세로 달러당 125엔이 되면 환차익을 50만엔가량 챙기게 되며 반대거래(달러 팔고 엔 구입)를 함으로써 이익을 확정한다.
또한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포지션 상황에서는 엔화 금리를 지불하고 달러 금리를 받게 돼 하루에 이자(스와프금리) 1500엔을 챙기게 된다.
이를 통해 1년이면 50만엔 이상을 벌게 된다. 지금 FX거래 중 70% 이상이 이 같은 스와프금리를 노린 것이다. 일본인의 리스크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도 FX거래가 증가한 배경이다.
개인들은 우체국이나 은행 예ㆍ적금에 돈을 묻어뒀으나 2~3년 전부터 일본 경기회복과 더불어 주가 상승이 이어지자 해외 투신상품이나 해외 증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종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면서 FX거래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금 융선물거래법이 개정돼 2005년 7월부터 △금융당국에 등록 의무화 △최저 자본금 규정 신설 △자기자본 규제 비율 도입 △원칙적으로 금융업체의 거래 권유가 금지됐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300곳이 넘던 중개업체가 100곳으로 줄었다.
장기적인 엔저 현상도 FX거래를 부추겼다. 엔화는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따라서 엔화를 팔아서 고금리 외화를 사두는 일방통행식 FX거래만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개 인들의 FX거래가 급증하자 IT기업을 비롯해 투자회사, 외국계 회사, 카드회사 등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05년 100개에 불과하던 중개업체가 이제는 140곳으로 늘었다. NTT그룹은 'NTT 스마트 트레이드'에 전액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난 4월 참여했다.
이 회사는 50세 이상 중ㆍ노년층을 타깃으로 앞으로 수년 이내에 전체시장에서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잡아 놓고 있다.
[도쿄 = 김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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